0414 밀회 November

그래서 이제 나는 네 집을, 너라는 애를, 감히 사랑한단 말은 못하겠어. 다만, 너한테 배워볼게. 

'그래서 이제 '까지 타이핑을 할 때 혜원은 '널 사랑해보겠어' 라는 말을 하고 싶었을 지 모른다.
'이제'라는 말과 어울리지 않은' 못하겠다'는 술어의 모순은 혜원의 마음이 너무나도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다.
몇번이고 바뀌는 마음.
선재를 향해 질주하는 마음과 스타카토처럼 잠깐 잠깐 끊어 돌아오는 이성의 사이에서 혜원은 갈팡질팡중이다.

다음 날 아침에 있을 이사장과 영감과의 아침식사를 잊었을리 없다.
그럼에도 불구하고 가파르고 미끄러운 계단을 꾸역꾸역 올라가는 혜원의 가녀린 발과
어딘가모르게 결의에 찬 듯한 얼굴이 묘하다.



피아노실, 수줍은듯 '연애편지'라고 말하는 혜원의 목소리와 입술과 표정이 선재의 마음을 또 한번 '터질 듯'하게 만들었을거다.
자신을 통해 사랑을 배워보겠다는 이 여자의 다짐이 그를 울렸다.
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어 아프지만, 그래서 또 더 소중한 존재인 그녀가 불편한 상황, 더러운 상황에 빠져가는 것을 선재는 어디까지 지켜볼 수 있을까.




'영어를 못해도 독일어를 못해도 그래도 총명한' 선재를 부르는 혜원의 목소리에 눈물이 났다. 주루룩 흘렀다. 쌍커풀 수술을 시키지 않아도 되는 예쁜 눈을 가진 그 아이에 대한 마음이 너무 커, 숨기지 못하는 혜원을 보면 불안해 숨이 멈춘다.


'내가 조금 더 일찍 너를 만났더라면'
이라는 생각을 몇번이나 했을까 그녀는.
이소라 노래의 가사처럼 '다행인건 너도 나처럼 한살이 더해졌구나'
라는 생각을 하며 한해를 넘길 수나 있을까.
선재와 혜원. 둘이 너무 아름다워 눈물이 난다. 자꾸만.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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